마윈의 앤트그룹 지배권 상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월 7일 알리바바로 유명한 앤트그룹의 마윈은 지배권을 포기하였습니다. 토요일 발표에 따르면 경영진 및 직원들 투표권을 통해 마윈의 앤트 지배권이 상실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마윈은 앤트그룹의 지분 약 1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그룹들이 그런 것처럼 관련 법인들을 통하여 지배권을 행사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앤트그룹 지분의 50퍼센트 이상을 가진 항저우 윤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를 통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분 조정으로 사실상 과반수였던 의결권이 6.2%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 결과는 마윈과 중국 공산당의 힘싸움에서 마윈의 패배를 의미합니다. 경영자인 마윈과 공산당 정부는 무엇으로 대립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명목상이라도 자본주의체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중국에서 마윈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되었던 걸까요?
일단 마윈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던 사건부터 간략하게 정리하고 경제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 순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마윈의 소신발언이 몰고 온 파국
마윈은 금융그룹이자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을 '구태의연한 정부 중금 금융에서 민간기업 중심으로 중국 금융에 혁신을 가져온다'라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비판으로 받아들여져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2020년 10월 금융서밋에서 중국 감독 당국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규제를 비판하였습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절대권위에 도전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바로 다음 달 거부될 이유가 없었던 앤트 그룹의 IPO가 중단되고 최고 경영진은 공산당에게 호출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앤트그룹 견제는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는데 이미 알리바바를 통해 인터넷 상거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마윈이 금융그룹을 지배하면 중국 공산당의 금융 통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앤트그룹이 가지고 있는 알리페이는 중국의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인들은 보통 핸드폰으로 결제하지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지경까지 영향력이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중국 공산당에게는 절대 지배권력을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외부 사건말고도 경제적 이유도 있습니다.
그 시작 앤트 그룹의 영업이익 극감
앤트그룹 자체는 아직 비상장입니다. 하지만 앤트그룹에 투자한 알리바바는 상장기업이고 그 알리바바는 앤트그룹의 지분 중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리바바가 재무제표를 발표하는 날이면 앤트그룹의 지난 분기 수익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는 3분기 재무제표를 발표하였는데 그 재무제표상 앤트그룹의 2분기 수익은 73억 위안(10억 2000만 달러)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런 수익 급하락에 대하여 앤트그룹은 논평을 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이익 급감은 경제적 논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마윈 죽이기의 일종이었습니다. 이는 앤트 그룹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마윈의 지배권 유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이번 마윈의 지배권 포기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지난해 11월 말 중국 공산당 정부가 앤트 그룹에 대한 벌금 10억 달러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앤트그룹의 상장허가?
중국 공산당 정부의 앤트 그룹 벌금 부과는 사실 마윈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벌금 부과는 지금까지의 마윈 죽이기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윈의 소망이었던 앤트그룹의 IPO에 청색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4일에는 중국 규제 당국이 15억 달러를 조달하는 계획을 승인하였고 이는 IPO를 수긍해준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에 따라 주주인 알리바바와 주가가 폭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다른 중국 빅테크 기업에도 희소식이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빅테크 기업에 압박을 가하던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모든 희소식을 뒤엎고 나온 마윈의 지배권 상실은 사실 중국 내부적 정치상황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하이방을 쳐내고 지배를 공고히 하게 된 시진핑과 그 결과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 형태이지만 그 내부 파벌은 3개의 파벌이 경쟁하는 체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이 그 파벌입니다. 공청단은 후진타오를 수장으로 하는 곳입니다. 태자당은 시진핑을 대표인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하이방은 장쩌민이 대표인물인데 상하이가 중국경제의 중심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주요 지지기반이 경제인이라고 간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핀테크 사업가인 마윈은 당연히 상하이방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태자당의 시진핑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상하이방 쪽 파벌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따라서 부패를 처단한다는 명목하에 상하이방의 세력을 와해시키고 그중 중국 핀테크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중국 핀테크 기업의 대표주자인 마윈은 주타깃이 되어 한동안 자택에서만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마윈 실각을 통해 시진핑은 결국 앤트그룹을 사실상 중국 공산당 산하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IPO 등 앤트그룹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마윈만을 실각시키고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를 통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여 관여가 가능해졌습니다.
중국 규정상 지배권에 변경이 있는 기업은 IPO가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앤트그룹의 IPO는 소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마윈을 실각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니 IPO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존재합니다.
이번 앤트그룹은 앞으로의 중국 핀테크 기업들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나침판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정치 상황에서 미래의 중국 기업들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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